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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먼지 서울에서 씀 1.4.2009
나는 밖에서 노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였다. 놀이터와 아파트 주차장에 성이 차지 않아서 학교 운동장과 뒷산을 뛰어다녔다. 자전거를 타고선 동네를 끊임없이 돌았고, 그러다가 지치면 아무 데나 철퍼덕 앉아서 구름 구경을 했다. 어둑해질 때까지 집에 들어 오지 않는 나를 찾아서 부모님은 종종 친구들에게 내가 어디 있나 물으셨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놀면 눈에 흙과 먼지가 들어오고는 한다. 조금 더 놀다 보면 입에 텁텁한 땅의 맛이 돌고, 잔디의 냄새가 나고는 했다. 그러다가 가끔 벌레가 얼굴을 치며 눈코입에 들어간다. 친구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고, 만화 영화가 시작한 후에야 난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며칠 전에 조카가 생겼다.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촌형과 연애 때에도 자주 보아온 형수 사이의 아이는 나에게는 친조카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병원에서 본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예쁘다. 두 사람을 적당하게 섞은 것 같은 여자 아이는 다행히 앞으로는 형수를 더 닮을 것 같다. 아이가 살짝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을 때,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소통했다. 신년에는 아이의 탄생으로 온 가족이 행복해 했고, 모두 앞으로 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일을 생각했다. 아직 세상의 무서움은커녕 제대로 눈을 뜨는 방법조차 모르는 아이 앞에서 나는 그림을 가르치고 고궁으로 산책하러 다닐 생각을 벌써 하고 있다.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인터넷 신문을 보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 천 개 이상의 이미지를 보는 내 눈의 망막과 뇌리에 강렬한 잔상을 남긴 이미지가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진행 중인 가자 지구의 한 어린 아이의 사진이다. 공격에 의해 파괴된 건물의 잔재가 덮쳤는지, 눈을 뜬 채로 죽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이를 들고선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현실에 서 있다. 아이의 눈에 들어간 흙을 보며 나 또한 눈에 흙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눈을 감아도 뜬 것 같고, 눈을 뜨고 있어도 흙이 눈에 들어온 것 같이 뿌옇게 보였다.
내 눈에 들어온 흙에 괴로워하다가,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자책하지 말고, 정 힘들다면 그 아이의 그림을 그리고 잠에 들으라고 했다. 그림 따위밖에 그릴 수 없는 내 현실을 비관하면서 나는 잠이 들 때까지 술을 마셨다. 다음날, 소소한 아르바이트로 선배의 아이가 부른 노래 모음 시디의 재킷을 디자인했다. 부유하고 자상한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이의 얼굴과 고양이를 그렸다. 예쁜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다시 한번 괴리감을 느꼈다. 행복한 이 아이는 이렇게 좋은 선물도 받는다. 나는 그의 부모가 주는 돈을 위해 하루 반나절의 시간과 기회비용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래서 눈에 흙이 들어간 아이의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조카의 눈에서 삶의 희망을 보았다면, 뿌연 잿가루들로 가려진 팔레스타인 아이의 눈에서는 절망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는 공허함을 보았다. 선배 아이의 눈에서 즐거움과 사랑이 있었다면, 나의 눈앞에는 혼동의 벽이 길을 막고 있고, 사방은 비관의 절벽으로 포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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